“수술 쉽겠네, 눈·코 합해서 현금 280만원”

“예약은 하고 오신 건가요?”

“네. 2시에 상담 예약했는데요.”
“처음이신가요? 그러면 여기 상담카드 작성해 주세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깔끔하게 인테리어가 된 실내와 친절한 웃음으로 나를 맞이해주는 여성 4명이 눈에 들어온다. 고급스러운 카페처럼 보이는 이곳은 서울시내에서 성형외과로 가장 유명한 지역인 ‘압구정’의 A성형외과. 유명 아이돌 스타들이 성형수술을 했다고 인터넷 상에서 유명해진 병원이다.

내 앞에 놓인 일명 상담 카드에 이름, 주소, 나이 등의 신상과 수술을 원하는 부위, 병력 여부, 알레르기 여부 등을 작성하자 예쁘게 생겼지만 어딘가 서로 닮은 듯한 얼굴을 한 병원 코디네이터들이 “잠시만 기다리시면 돼요”라며 자리를 안내했다. 점심시간 끝난 직후로 예약을 잡았기 때문에 바로 상담이 가능할 줄 알았는데 이미 두 명의 고객이 상담을 받고 있단다.

대한민국 여자라면 한번쯤 생각해본다는 성형수술.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전체 여대생 2041명 중 490명(25%)이 미용 성형 경험이 있으며 수술을 하지 않았다고 대답한 1551명 중 1245명(80%)이 성형 수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제는 ‘눈과 코는 에티켓'(?)이라며 열풍을 넘어 일상이 되어 버렸다.

아직 그 에티켓조차 가지고 있지 못한 나. 성형외과 성수기인 겨울방학을 맞아 문득 그곳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궁금해졌다. 이제 대학 졸업반이 되는 23살 여대생으로 성형외과의 메카 압구정 성형외과 3곳을 돌아본 이유다.

23살 여대생, 성형외과를 찾아가다

잠시만 기다리면 된다고 했지만 30분이 지나도 어느 누구도 내 이름을 부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앞사람의 상담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이럴 거면 왜 예약을 받았나’는 생각을 했지만 이것도 힘들게 얻은 예약 스케줄이기 때문에 참고 기다려야 했다.

약 2시간 전 전화번호와 병원 이름만 알고 온 나는 압구정역에 도착해 위치나 물어볼 겸 A성형외과 본점에 전화를 했다. 하지만 수화기 넘어서 들려오는 것은 내가 원하는 답이 아니었다.

“상담 예약 하셨어요?”
“아니오. 오늘 그럼 오늘 예약 가능한가요?”
“죄송합니다만 이번 달은 상담이랑 예약이 다 차서 힘들 것 같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나는 다른 병원들에 전화를 해 부랴부랴 예약을 잡았다. 다행히 상담 예약은 가능했지만 점심시간 이후에만 가능하다고 했다. 그리고 예약하지 못한 그 병원의 다른 지점 A성형외과에 어렵게 추가로 상담예약을 했다. 휴… 성형외과 방문 스텝 1, ‘상담예약은 필수!’인 것이다.

병원 분위기는 여태껏 내가 살면서 다닌 일반 병원과 달랐다. 고급 커피와 차들이 준비되어 있었고 병원 특유의 소독약 냄새도 나지 않았다. 편안하게 앉아 놓여있는 잡지를 읽었다. 앞 사람들의 상담이 길어지면서 예약을 했는데도 40분을 기다려 겨우 상담실장을 만날 수 있었다.

“눈은 매몰로 쌍꺼풀을 하면 될 거 같네요, 코는 여기 뭉툭한 데가 있죠. 그걸 깎고 실리콘을 넣어서 높이를 높이면 되겠네요.” 

상담실장은 앉자마자 나의 눈에 가느다란 핀셋으로 쌍꺼풀을 만들어보고 코를 만져본다. 그리고는 코에 귀부분의 연골을 넣어서 지지대를 만들어 준다고 설명했지만 매몰과 절개의 차이도 몰랐던 나에게는 딴 나라 이야기였다.

유명한 병원이라 그런지 나와 있는 동안에도 실장에겐 상담 전화 두 건이 걸려왔고 끝내기를 재촉하는 간호사들의 들락거림에 눈치가 보여 상담을 끝내려고 가격을 물었다. 눈 120만원, 코 250만원, 현금으로 하면 320만원에 해준단다. 다만 현금영수증은 안 된다고 했다. 수술비 비싸다는 압구정이라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비쌌다.

“수술 부위에 대해서는 5년간 A/S도 해드려요.” 

성형수술도 A/S가 된다는 말을 처음 들은 터라 나는 “유료예요?”라고 되물었고 상담실장은 “무료”라고 확인해줬다. 이제 성형외과도 무한경쟁 시대이기 때문에 의료계의 불문율을 깨고 A/S(사후관리제)를 점점 도입한다고 한다. 처음이라는 긴장감에 상담은 15분 만에 끝났고 서둘러 3시에 예약해둔 다른 병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5년간 무료로 A/S도 해드려요”

압구정역 성형외과 압구정역에 즐비한 성형외과 간판들, 본 성형외과 간판은 기사와 전혀 무관합니다.
▲ 압구정역 성형외과 압구정역에 즐비한 성형외과 간판들, 본 성형외과 간판은 기사와 전혀 무관합니다.

쉴 틈도 없이 친구가 소개해준 B성형외과로 자리를 옮겼다. 성형외과 간판이 너무 많아 찾기가 힘들었다. 전화로 다시 위치를 물어보았다. B 성형외과는 A 성형외과보다 사람들이 많았다. 총 6명이 있었는데 그중에는 남자도 두 명 있었다. 내가 상담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사람이 빠지고 들면서 대략 그 수를 유지했고, 상담 예약 전화는 쉴 새 없이 울렸다.
압구정의 한 성형외과가 조사한 통계자료에 의하면 방학을 이용해 성형수술을 하는 비율이 전체 환자의 72%에 이른다고 한다. 16%인 가을과 12%인 봄철에 비하면 압도적으로 많은 수치다. 특히 상처가 덧나지 않는다는 속설 때문에 겨울방학에 성형수술을 많이 한다고. 예약을 했는데도 B 성형외과 역시 30분을 기다렸다. 불황을 모르는 곳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연예인들의 사진과 사인이 B 병원 한쪽 벽면을 장식하고 있었고 성형 전후 사진을 모아둔 파일들이 즐비했다. 이곳에도 커피와 차가 준비되어 있었고 요깃거리가 가능한 쿠키도 있었다. 병원이 아니라 미용실에 온 기분이었다.

B병원에서도 성형전문 ‘상담실장’과 상담을 했다. 역시 상담실장님은 예쁘게 생겼다. 하지만 역시나 어디서 본 듯한 인상이었다. 한번 경험이 있다고 긴장감이 풀려서 그랬는지 모르는 것이 있으면 상담실장에게 질문도 던졌다. 상담실장은 인체 부위 사진과 수술 방법 설명을 모아둔 파일을 넘기면서 차근차근 친절하게 설명했다.

“OO씨는 눈이 커서 앞트임, 뒤트임 없이 쌍꺼풀만 하시면 될 거예요. 코는 괜찮은데 얼굴에 비해서 작으니깐 조금만 높이면 될 거 같구요. 콧잔등을 예쁘게 하기 위해서는 연골을 넣어야 하는데 코 옆의 연골을 넣을 거예요.” 

상담실장의 칭찬 섞인 말과 능숙한 말솜씨에 생물학 강의를 듣듯 나도 모르게 집중하게 됐다. 실장은 상담이 끝나갈 무렵 비용에 대해 말해 주었다. 눈이 100만원, 코가 250만원 해서 총 350만원. 현금으로 하면 현금 영수증 없이 280만원이라고 했다. A병원과 다르게 카드도 할인해서 310만원에 해준단다. A성형외과를 다녀온 후라 이제는 비싸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부모님과 상의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하자 원하는 가격대를 묻고 원장님과 상담을 해볼 것을 권유했다.

그후 10분을 더 기다려 성형외과에서 처음으로 ‘의사’ 선생님을 만났다. 상담실장과 똑같은 이야기의 반복이었다.

“수술하기 쉬운 눈이랑 코라서 예쁘게 금방 될 거예요.” 

그리고 본격적으로 가격 ‘협상’에 들어갔다. 내가 터무니없는 낮은 가격대를 부르자 힘들 것 같다는 말을 했지만 결국에는 그렇게 해주겠다는 말을 받아냈다. 더 낮게 불러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형외과 3곳이 제안한 시술방법, 다 다르네

하루 동안 2군데만 돌았는데도 난 진이 빠져버렸다. 성형수술을 위해 며칠 동안 상담을 받는 사람들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을 보는 상담실장과 의사들도 정말 대단하다.

B병원에서 1시간 30분이나 써버려서 다음 병원 예약 시간까지 촉박했다. 계속해서 똑같은 이야기를 듣는 것도 지겨웠지만 예약을 해놨기 때문에 마지막 병원인 C성형외과로 향했다. 저녁인 5시 예약인데도 병원에 들어서니 자녀들과 함께, 친구와 함께 그리고 어머니와 함께 온 사람들이 앉아있었다. 역시 예약을 했지만 약 20분을 기다려야 했다.

C성형외과는 앞선 다른 두 병원과 다르게 의사가 상담을 했다. 계속되는 수술에 지친 듯 의사는 연신 하품을 했다. 나도 따라서 하품을 하고 싶을 정도로. 다른 병원과 비슷하게 가느다란 핀셋으로 쌍꺼풀을 만들고 손으로 코를 만졌다. 그리고 의사는 상담 용지에 그림을 그려가며 나에게 수술 방법에 대해 설명했다. 고등학교 ‘생물’ 과외를 받는 기분이었다.

“절개는 실밥이 눈꺼풀의 진피와 검판 잡고 있어서 오래 가요, 그런데 자국이 남아요. 부분절개도 있어요. 매몰은 절개를 하지 않고 바늘로 꿰매듯이 잡아주는 건데 다른 것에 비해 오래 가지 못해요. 우리병원은 ‘매직매몰’이라고 자국이 남지 않지만 오래가는 방법을 사용해요.” 

가만히 듣다보니 세 병원 다 나에게 다른 방법의 시술을 권했다. 매몰, 절개, 그리고 처음 들어보는 매직매몰. 도대체 무엇이 좋은 것일까. 그리고 세 번이나 설명을 듣다 보니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성형수술에 무지했던 내가 성형 전문의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짧은 상담이 끝나고 성형수술 상담실장과 가격상담을 했다. 쌍꺼풀 100만원, 코 300만원, 전체 400만원으로 다른 두 곳에 비해 비쌌지만 가격을 깎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두 번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금가를 묻자 실장은 말을 흐리긴 했지만 조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수술이 가능한 날짜를 물었다.

“12월은 당연히 안 되구요. 1월부터 수술이 가능해요.” 

A, B, C 성형외과 모두에서 들었던 말이다. 두 시간도 안 걸리는 수술인데 1월까지 기다려야 한단다. 앞의 두 병원에서처럼 부모님과 상의한다고 말하고 병원을 나섰다.

그 돈이 나에게 아름다움을 가져다줄까?

병원을 나서자마자 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마치 성형외과 전문의처럼 쌍꺼풀 시술에 대해 설명했다. 5시간 동안 똑같은 이야기만 들었기 때문에 이제는 외울 정도가 되어 버렸다.

“너 그래서 성형수술하게?”

내가 설명을 너무 열심히 했는지 친구가 물어왔다. 사실 성형외과 상담을 받으면서 ‘한 번 해볼까’ 생각을 하긴 했다. 하지만 혼자서는 감당이 안 되는 수술비와 무엇보다도 상담을 한 3군데의 성형외과 상담실장 그리고 병원 코디네이터들 모두가 내 머릿속에 남아 있지 않다는 점이 나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다들 예뻤지만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이었다. 그리고 부르는 것이 값인 듯한 기준 없는 수술 가격은 과연 나의 자신감과 아름다움을 얻을 만한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래, 우리가 무슨 성형수술이냐! 그 돈으로 여행이나 가자.” 

친구와 그렇게 통화를 마쳤다. ‘굿바이 압구정’ 마음속으로 인사하며 지하철역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Comments are closed